(다들 미쳤다고 생각실지도 모르지만..)요새 대망의 FF13을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 1년 넘게 전원 한번 안 킨채로 먼지만 쌓여가는 PS3를 보면서, 문득 20년이 훌쩍 넘는 동안의 제 게임라이프에 대한 회한이 들더라구요, 마치 꺼져가는 불씨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사실 제 게임라이프에 대한 단상은 '애정'이란 단어 보다는 '애증'이란 단어가 더 어울릴 듯 싶어요 '이 게임에만 빠져 있지 않았다면 난 여지껏 더 좋은 길을 걸어왔을 거야' 라는 자괴감 섞인 근거 하나 없는 대체보상심리(?) 덕분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슈로대를 제외한 게임 라이프에서 한없이 벗어나 있었던 제가 애증을 섞어 지나왔던 그 길을 기억속에 묻어버리는 것이 또 아까워 다시 패드를 들게 되었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많은 혹평속에 묻혀버린 '과거의(혹은 과거에는) 명작' 시리즈의 최신작 FF13 이라니, 어찌보면 제 게임라이프에 대한 회한의 느낌과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할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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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적으로 멋지게 한글화가 되어 여러 혹평을 그나마 완화시키는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보통 일본판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일본이라는 곳이 딱히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 그동안 피땀 흘려 공부해서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 놓은 일본어 실력을 요즘에는 딱히 쓸 기회가 많이 없어서 자꾸 잊어먹어서 일본어 공부에 조금이나마 활용하자라는 취지이긴 한데, 참 언어공부는 끝이 없네요..암튼 한글판이 발매되어 기존에 발매된 일본어 판이 거의 덤핑 수준으로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더라구요 더 잘된 거죠 뭐, 그나저나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게임 얘기가 아니고..다른 것인데 글 시작부터 삼천포로 빠져버렸군요 흠~암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FF13을 플레이 하기 전 오프닝을 보고 있는데, 어느 장면 하나가 제 눈을 확 끌더군요...그게 뭐였냐면..바로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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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명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金田伊功(카나다 요시노리)' 이분이 2001년 개봉된 파이널판타지 극장판에 스탭으로 참가한 인연으로 '스퀘어'에 입사한 후 스퀘어의 여러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던 사실을 아실만한 분들은 많이들 아시고 계실겁니다.(PS2판 '반숙영웅'이라든지, '무사시전', 그리고 FF11이후의 FF시리즈의 무비, 시나리오 이팩트등등 모두 이분의 손길이 닿은 것) 근데..안타깝지만 그의 행보를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2009년 그는 이 FF13의 작업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FF13이 그의 유작이 된 것이지요.
<반숙영웅 4 - 7인의 반숙영웅 - Opening Animation>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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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다요시노리(金田伊功), 1952년 2월5일 ~ 2009년 7월 21일
도에이동화의 '마법의 마코쨩'으로 데뷔 후 Studio Z, Studio No.1등을 거치며 많은 메카닉물, SF 물에서 활약, 특히 짧은 시간에 강렬한 임팩트를 줘야 하는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 그 진가를 발휘.. 70년대 최고의 오프닝으로 손꼽히는 '초전자 머신 볼테스V'를 시작으로 선라이즈의 '무적초인 잠보트3', '무적강인 다이탄3', 짧은 컷트를 굉장히 중시했던 J9시리즈, 사이보그 009등의 최고급 퀄리티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선보임. 그가 선보였던..당시 기조와는 노선을 달리했던 감각적이고 대담한 컷 편집과 시점등이 팬들뿐만 아니라 당시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현재까지의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영향을 끼침(프로들에게도 거의 독보적인 존재란 얘기) 그의 이런 능력은 비단 SF물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宮崎駿(미야자키하야오)', 'りんたろう(린타로)'등과 연계한, 즉 당시 카도카와, 지브리등이 추구했던 서사적인 관점의 극장판 작품에도 다수 참여하며 해당 작품들에 어울리는 액션, 이펙트 장면을 연출해 냄. 2001년 스퀘어의 대형 프로젝트, '파이널판타지'극장판에 참가한 후 스퀘어로 이적, 2009년 심근경색으로 사망 하기까지 스퀘어의 다수 게임 작업에 참가 함.(주로 스토리 보드, 무비 콘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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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릴때부터 참 동경해 마지 않던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일단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것 자체가 그 작품 제작을 총 지휘하는 '감독'에 초점이 맞추어 질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분은 뭐랄까 제 어릴때 느낌으론 '숨겨진 능력자'란 인상이 강했어요, 왜 있잖아요 여러 만화에서 실력있는 주인공 보다는 그 주인공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라이벌 혹은 동료가 더 멋있게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인지 더욱더 이분의 실력에 대한 환상을 가졌었던 것 같아요..현재 기준으로 봐도 놀랄만한 영상들이 한두개가 아닌데..제가 무슨 업계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부분을 어느정도 소개해 드려 보자면...
<초전자머신 볼테스 V - Opening Animation>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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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시작과 동시에 5명의 주인공들이 스컬루크로 돌진하는 장면..거기에다 처음엔 전방으로 시작했다 측면을 거쳐 스컬루크가 메인으로 떠오르고 주인공들의 후미를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지금봐도 너무 멋있음.
<은하선풍 브라이거 - Opening Animation>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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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판의 여러 작품 참여에 이어 극장판 작품(은하철도999, 야마토여 영원히, 지구로, 사요나라 은하철도999 등등)에까지 그의 활약이 확장되어 상당히 유명해지면서 슬슬 그는 실력면에서나 커리어면에서나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시점에서 맡게 되었던 작품이 이 '은하선풍 브라이거'..이 작품의 오프닝을 맡으면서 그는 콘티등의 모든 작업을 배재한 채 핵심이 되는 원화작업에만 몰두하게 되는데, 그 결과 그의 이력 중 가장 퀄리티가 높은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게 됨
<사요나라 은하철도999 - 클라이막스(혹성 메텔 붕괴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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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타일은 화려하면서 간결한 컷씬의 표현 뿐만 아니라, 폭발, 불꽃, 연기등의 '이펙트 애니메이션'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특히 린타로 감독의 '사요나라 은하철도999'에서 마지막 클라이막스인 메텔혹성의 붕괴씬에서 그의 작업 결과물들을 보며 본 편의 감독이었던 린타로는 얼마나 만족했는지 이후 본인이 맡은 주된 프로젝트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보통 그의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바로 그 유명한 '환마대전' 부터...
<환마대전 - 클라이막스 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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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마대전의 후반 10분에 걸친 웅장한 클라이막스 전투씬을 담당하는데, 특히 여기서 그가 표현해낸 '불꽃에 휩싸인 용'은 과거 '사요나라 은하철도999'에서 부터 그의 작업 결과물에 감탄한 린타로가 '카나다가 그리는 불꽃을 용의 모습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라며 이미 은하철도 999 작업 시절에 구상을 끝내 놓은 것...(사실 위에도 말했듯이 그는 다수의 극장판을 거치며 그의 스타일을 대부분 완성하기에 이르는데, 그 정점을 찍는 작품이, 바로 이 환마대전...)
<더블X - 원화 & 이펙트 애니메이션>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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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Clamp, 그리고 세기말 무드를 타고 이 여성창작집단의 인기에 가장 선봉에 서 있던 작품 'X'..본 작품의 영상화를 두고 카도카와의 사활을 건(?)..무지막지한 압박을 받은 린타로는 드문불출하며 기인 행세를 하다 그 압박에 부흥하 듯, 무지막지한 영상을 하나 들고 오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이 더블엑스 프로젝트, 이 영상의 데모테잎을 처음 감상하게 된 당시 기획진, 제작진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초반 부터 사람들의 넋을 놓게 만들었던 생동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에 이은 주인공 카무이의 뒷 모습 클로즈업 씬(보통 이런걸 '배동(背動)씬'이라 하던데)..바로 '카나다 요시노리'..그의 작품
<진 공작왕 - 클라이막스 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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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린타로 감독 특유의 '리미티드 기법'과 스타일리쉬한 연출 기법들이 집대성화 되면서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되는데 그 정점에 서있던 작품 중 하나..(위의 X2도 비슷한 노선에 있던 작품임) 이런 작품에서 그는 역시 '클라이막스'를 카나다에게 맡기는데, 감독의 연출능력도 거의 정점을 찍고 있었지만..카나다 요시노리의 능력도 이때가 가장 정점이었고 그에 따라 카나다 스타일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의 영상을 선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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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그가 2009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57세..너무 아까운 나이였지요, 생전 그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린타로(りんたろう), 안노히데아키(庵野秀明), 카메가키 하지메(亀垣 一), 히라야마 사토시(平山智)등 관련 업계 800명과 팬들 300여명이 모여 고인을 추억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위와 같은 영상들을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경력이 말해 주듯, 그를 추종하고, 그의 영향을 받은 동료, 후배 크리에이터들('카나다류', '카나다 Follower'라는 이름으로 이미 80년대부터 형성 됨)이 현재도 업계에서 왕성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鍋島 修(나베시마 오사무, '클램프 학원탐정단 감독', '亀垣 一(카메가키 하지메, '우주전사 발디오스', '육신합체 갓마즈' 메카닉 디자인)', '越智一裕(오치 카즈히로, 저번 포스팅에 소개한 '학원특수 히카루온' 감독), '大張正己(오바리 마사미, 80년대 최고 오프닝 '기갑전기 드래고너 오프닝', '단쿠가', '슈퍼로봇대전OG 디 인스펙터' 감독), '板野 一郎(이타노 이치로, 그 유명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이타노 서커스' 창시자), '吉田 徹(요시다 토오루, 건담0083, 가오가이가 Final 메카 작감), '逢坂浩司(오우사카 히로시, 라제폰 다원변주곡 작화감독)등에 의해 그의 스타일은 이어져 내려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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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블로그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여, 안 올리다가, FF13이라는 계기(??)를 맞아 잡단란에 글을 써봅니다. 어린 시절 여러 추억을 선사했던 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명 두명,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저만 나이를 먹는게 아니더군요..삶의 이치..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제가 뭐 업계 종사자, 더욱이 전문가가 아니고, 제 기억, 그리고 느낌에만 의존해서 쓴글이라 상기 본문에서 틀린점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지적해 주십시오. 수정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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